[Disclaimer]

본 블로그의 내용은 공시내용과 기사들을 토대로 작성한 저의 뇌내 망상입니다. 실제 사실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순전히 우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해외 출장 다녀와서 포스팅이 뜸했습니다.

 

오늘은 삼성SDS의 흥망성쇠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항상 얘기하지만, ‘저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지, 실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감동적이거나 비정한 이야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1. 삼성SDS는 지금보다 더 크고 대단한 회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삼성SDS 1985 5월 “삼성데이터시스템” 이라는 회사명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삼성물산 전산실, 삼성생명 전산실, 그룹관계사 전산실 종합 인수등을 거쳐 SI업체의 공룡으로 변신하게 되었죠.

 

사실 삼성SDS는 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안타까운 회사라고 봅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미 아시고 계시겠지만, 삼성SDS는 현재 대한민국 인터넷 세상과 모바일 세상을 들썩이는 두 공룡의 탄생에 중요한 조연 역할을 합니다.

 

아시죠?

 

[네이버, NHN, 그리고 카카오]

삼성SDS 5년차 연구원 이해진씨가 삼성SDS 사내벤처 1호로 네이버를 설립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해진씨의 서울대학교 86학번 동창이자, 삼성SDS 92년 입사동기인 김범수씨는 96 PC통신 서비스인 유니텔을 개발하고, 퇴사후 한게임을 창업하였습니다.

 

1999년 네이버가 분사할 당시, 정부로부터 벤처기술 진흥기금으로 100억원을 손에 쥐었지만, 당시 검색시장은 야후, 다음, 라이코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였지요.

 

한게임은 김범수씨가 피씨방 장사를 하면서 만든 업체였는데, 당시 포커, 고스톱, 테트리스 등으로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습니다.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할 서버를 사지 못하고, 고민중이었죠.

 

돈은 있으나 트래픽이 없어서 고민중이던 네이버, 트래픽을 감당 못하나 서버비가 없어 고민중이던 한게임.

 

이로서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합병인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합병후 NHN)이 성사되게 됩니다.

 

이후 김범수 의장은 다시 네이버를 떠나 카카오를 창업하죠. 그리고 그 카카오는 다음을 합병하고 지금의 카카오가 됩니다.

 

오늘(2016 7 6) 기준 두개 회사의 시가총액을 보니

네이버 25.6 (네이버 24.3 + NHN엔터테인먼트 1.3)

카카오 6.4 (합병당시 다음의 기업가치는 1조원 수준이었습니다.)

 

합병당시 다음의 기업가치 1조원을 제외하더라도 3사의 합계 기업가치는 31조원 수준의 기업가치입니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긴 합니다만, 현재 삼성 SDS의 시가총액이 오늘 기준 11.8조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삼성SDS는 훨씬 더 큰 기업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네이버는 이후 라인의 일본성공 등 많은 성공스토리들이 있었으며, 네이버의 성장에 가장 크고 든든한 Cash Cow 역할을 하였던 사업이 한게임의 포커, 고스톱 등 사행성 게임이었으므로, 삼성SDS가 해당 사업을 영위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공룡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인재들을 삼성SDS는 문자 그대로 쓸어담을 정도로 파격적인 대우로 모셔왔었습니다.

 

분명 삼성SDS 90년대~2000년대초반에 입사했던 분들 중에는 이해진씨나 김범수씨 정도되는 능력자들이 훨씬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요?

 

2. 황태자주의 시작

 

1999년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합니다. 그리고 발행되자마자 삼성SDS의 신주를 주당 7,150에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 321만주 이재용씨 등 특수관계자에게 총액 250억원에 매각합니다. 1999년말의 삼성SDS 재무제표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구분

1999

자산총계(A)

4,872억원

부채총계(B)

3,551억원

자본총계(C=A-B)

1,321억원

당기순이익(D)

404억원

발행주식수(E)

12백만주

1주당 자기자본(C÷E)

\11,012/

1주당 순이익(D÷E)

\3,364/

 

좀 이상한 점을 눈치채셨나요? 1주당 순자산가액(장부가기준) 11천원인데, BW의 인수 행사가격은 7,150원입니다. 현재 이 회사를 그냥 문 닫고 자산 다 팔고 현금화 해서 부채를 다 갚고 1주당 돌아갈 금액이 11천원 수준인 주식을 7,150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청산가치로 계산하는 경우 가치가 더 떨어지긴 합니다만, 논의의 단순화를 위해서는 그렇다는 거죠. 당시 삼성SDS의 실제 주당 가치가 7,150원이라면, PBR 0.65배에 불과한 저평가 주식이라는 얘기입니다.

 

[참고] PBR?

너무 유명하고 간단한 지표라서 언급 안하려고 했으나, “친절”을 표방하고 있으니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합니다.

 

PBR = 시가총액(또는 주식1주의 가격) ÷ 자본총계 (또는 1주당 자기자본) 입니다.

 

말로 표현하자면, 현재 회사의 장부상 가치와 시장가치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 PBR입니다.

 

회계를 조금 공부하셨다면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의 장부가치는 “보수적으로” 작성되며, “역사적원가주의”에 입각하여 작성됩니다. 간단하게 이런 거죠. 제가 30년전에 대치동에 아파트를 1억원주고 샀다면, 저의 장부상 취득원가는 1억원입니다. 아직까지 그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비록 지금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을 넘는다 하더라도 저의 장부상 취득원가는 1억원으로 표시되는 것이 “역사적원가주의” 입니다.

 

조금 과장하긴 하였지만, 태생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장부에 기록되어 있는 가치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비율의 산식을 보시면, PBR>1 인 경우 시장가치가 장부가치보다 높고, PBR<1인 경우 장부가치가 시장가치보다 높다는 의미입니다. PBR<1인 경우 해당 회사의 가치가 어느정도는 저평가 되어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06~2010년의 KOSPI 전체 기업 PBR 평균과 2011~2015 KOSPI 전체기업 PBR 평균을 살펴보죠.

구분

06~10 평균

11~15 평균

KOSPI평균 PBR

1.56

1.17

 

KOSPI 평균 역시 1을 상회하는 PBR 값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높지는 않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장 등 자산이 많은 장치산업/제조업은 PBR이 매우 낮은 편(1보다 낮은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이고 IT산업 등 보유 자산이 많지 않은 기업은 PBR이 높은 편입니다.

 

상장후 삼성SDS 2015 PBR , 그리고 네이버/카카오 등의 PBR 값을 한 번 비교해보겠습니다.

 

구분

삼성SDS

네이버

카카오

2015 PBR

4.28

9.04

2.73

 

 

(출처: 네이버 금융)

 

꽤 높죠? 삼성SDS는 앞서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던 지배구조 개편 기대심리로 인해 좀 높은 편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상장 이후의 현재 상황만 놓고 보았을 때 시장가치가 장부가치보다 4배나 높은 회사이지요. 그런데 99 BW의 행사가격이 PBR 0.65 수준이라니요…

 

물론 당시는 IT산업의 태동기였고, IT산업이 이렇게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하나, 해당 BW의 행사가격은 상당히 낮아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공방 끝에 삼성SDS가 대주주 및 친족의 이익을 위해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BW를 배정하였다고 판결났습니다.

(비슷하게 너무나도 유명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났었습니다.)

 

관련 글 참조 : 에버랜드 CB 삼성 SDS BW, 그리고 안철수 BW 저가발행

 

 

3.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다

 

이런 저런 시비를 뒤로하고 이재용씨는 삼성SDS의 주요주주가 되었으며, 그룹의 SI전문 업체로 고속성장을 거듭하게 됩니다.

 

이미 언급되었던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국내 최고 인재들의 경쟁력, 그리고 IT시장의 급속한 성장 3박자가 맞아떨어지게 되면서 삼성SDS의 기업가치는 급속도로 성장하게 됩니다.

 

(실제 그림으로 보니 어마어마 하네요.)

 

 

4. 여론과 규제에 부딪히다.

 

이렇게 상승일로를 걷던 삼성 SDS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경 부터입니다. 이미 알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었으며,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었으나, 언론에 집중보도되며 논란이 가속화되었습니다. 그 선두주자로 지목된 두개의 기업이 바로 삼성SDS와 현대글로비스입니다. (이미 여러 번 언급되었으니 추가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부정적 여론과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건 정부의 주도로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2014년부터 시행되게 됩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감몰아주기 방지 관련)

-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특수관계인을 대상으로 부당한 이익제공 및 다른 회사 대상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 (위반시 과징금/벌금 부과)

-       규제대상회사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합하여 상장회사는 30%(비상장사는 20%) 이상 보유한 계열회사

-       특수관계인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30% 이상인 회사를 3% 이상 보유하는 주주(개인)과 그 친족에 증여세 과세(2012년 신설, 2015 2월부터 적용)

 

(그 외 공정거래법 개정사항)

-       신규 순환출자 금지

 

, 일감몰아주기를 지속하는 경우, 이익을 받은 대주주(또는 그 친족)에게는 증여세를 부과하고, 해당 회사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규제를 만들게 되죠.

 

이에 대응하여 규제의 대상이 되었던 많은 회사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합병/분할 등을 통한 지분율 감소를 꾀하는 것이며, 또 다른 방법으로는 외부 거래가 많은 계열회사와의 합병 또는 지분 외부매각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참조 “일감몰아주기 관련 과세 및 규제의 회피사례와 관련 제도 개선방안 제안” – 경제개혁연구소 2015-03)

 

이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는 또 기회가 되면 할 수 있겠지요. 여담으로 위의 경제개혁연구소 리포트를 쓰신 분은 채이배씨로 금번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셨습니다. 기업지배구조 및 일감몰아주기 전문 저격수라는 평이 많습니다.)

 

우리의 삼성SDS는 어떤 방법으로 이를 회피하였을까요? 사실 삼성SDS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 합계가 20% 미만이었으므로 애초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규제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정부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개정하여 대기업 계열 SI업체의 공공부문 사업에 입찰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ㅎㄷㄷ 하죠? 그런데, 여기에 예외조항을 달아서, 중요한 사업 등에는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등 유명무실한 조항이 되었다는 비판이 많았죠.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삼성SDS는 “국내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의 입찰 참여를 하지 않겠다” 라고 선언합니다. 결국 국내 비판여론이 많이 부담스러웠던 것이겠지요.

 

이렇게 일감몰아주기 논쟁은 일단락 되는 듯 하였습니다.

 

5.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본격화되고, 삼성SDS가 자발적으로 입찰 불참여를 선언한 이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삼성SDS의 매출 감소였습니다.

 

위의 그래프상 총합 매출액은 계속 증가추세를 보였습니다만,

 

구분

2012

2013

2014

2015

SI부문 매출액

5.0

5.2

5.5

5.2

 

SI사업부문의 매출액은 정체/감소 추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삼성SDS로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을 위한 고민의 단계에 접어들었….. 어야 하는데, 삼성은 의외의 대응을 합니다. 바로 물류사업부문의 강화라는 선택지를 고른 것이지요.

 

구분

2012

2013

2014

2015

SI부문 매출액

5.0

5.2

5.5

5.2

물류부문 매출액

0.6

1.8

2.4

2.6

합계

5.6

7.0

7.9

7.8

 

매출은 다시 성장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만, 과연 이것이 건강한 성장이었을까요? 여기는 지배구조를 이야기 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업적인 내용이나 Biz Portfolio측면의 언급은 자제하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는 경우, 신사업개시/혁신등을 고민하는 반면, 삼성SDS는 또다른 빨대 사업을 추가함으로써 고민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저로서야 이렇게 단순하게 얘기하겠지만, 실제로 SI사업부 내부에서는 성장을 위한 엄청난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그 분들의 노력을 폄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단순한 회사 내부의 성장 (새로운 시장/비즈니스모델 발굴, 해외 진출 등)을 기다릴 수 없는 회사 외부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만 해봅니다. 앞서 여러편에 걸쳐 말씀드렸지만, 삼성SDS의 기업가치 성장은 합병 등을 통한 이재용씨의 지배력 강화(이는 제일모직으로 대체되는 바람에 무산되긴 했지만) 또는 이재용씨의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있었겠지요.

 

(절대 기존 삼성SDS의 직원들을 폄훼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님을 우선 밝히겠습니다.) 태생이 빨대사업인 삼성SDS는 성장이 정체되자, 다른 빨대를 붙이는 방식으로 성장동력을 찾는 악수를 두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이 부분이 제가 생각하는 건전한 기업지배구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유능한 직원들을 모아서, 그렇게 대단한 회사들을 창업할 정도의 능력을 지닌 직원들을 모아서, 벤처정신이라는 사냥감을 포기하고, 그룹에서 던져주는 일감을 받아먹는 가축으로 변모하게 된 데에는 기업 내부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회사를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지배구조 재편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모종의 의도가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으시는지요?

 

물론, 자본주의에 돈이 신이고, 정의이지만, 삼성SDS 자체의 기업가치와 성장성에 투자한 주주들이 입게 될 피해는 어떻게 해야 할런지요… (아 저는 삼성SDS주식을 단 한주도 안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피해 입는 주주가 있다면, 특정인의 이익 방향과 일치하게 포지셔닝을 하여서 돈을 버는 주주들도 반드시 존재하겠지요.

 

이렇게 좋고 성장가능성이 높던 회사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세계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또는 최소한 국내 IT산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공룡이 될 수도 있었던, 제2의 네이버, 제2의 카카오, 어쩌면 제2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될 수도 있었던 회사가 이렇게 찢겨지고, 쪼개지고, 합병될 지도 모를 처지에 처하게 된 것은 도대체 왜일까요...

어쨌든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회사이긴 하네요.

 

다음 번 포스팅에서는 “이건희 회장 사망설과 삼성그룹 주가?” 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가급적 주 1회는 포스팅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Posted by JayD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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