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본 블로그의 내용은 공시내용과 기사들을 토대로 작성한 저의 뇌내 망상입니다. 실제 사실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순전히 우연입니다.

 

본의 아니게 이야기가 옆으로 새다보니 글이 많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취지가 “Governance for Dummies” 였으며, ‘최대한 친절하게 작성해보자’ ‘가급적 전문용어는 배제해보자’, ‘불가피하게 전문용어를 쓰게 된다면, 그때 그때 간략한 개념이라도 정리하고 넘어가자’ 라고 생각하면서 쓰다보니 글이 계속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적었던 시나리오와 질문들만 정리해보겠습니다.

 

(1단계) 삼성SDS IT서비스 부문과 물류부문으로 분할한다.

(2단계) 물류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한다.

 

첫번째 질문 : 삼성SDS IT서비스 부문과 물류부문으로 분할한다면, 인적분할 방식으로 할 것인가? 물적분할 방식으로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제가 생각하는 답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문제 제기 수준이라고만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두번째 질문 : 도대체 왜?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것인가???

 

간단하게 말해서 “삼성SDS의 두개의 빨대 (SI, 물류) 중 하나인 물류 빨대를 떼서 삼성물산에 주겠다” 인거죠.

 

여기서 파생된 질문을 답하려다가 글이 딴 곳으로 빠졌는데요,

 

(1) 삼성물산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왜 빨대사업 전체(, SDS 전체)를 물산과 합병하지 않고, 굳이 귀찮게 분할 하고, 다시 합병을 할까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삼성그룹에서 제일 중요한 기업은 누가 뭐래도 삼성전자입니다. 오너 일가에게도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기업은 삼성전자입니다. 다른 건 다 팔더라도 삼성은 안고 죽어야할 회사이지요. 대주주 일가의삼성전자의 현재(161분기) 지분율은 이건희 3.44%, 홍라희 0.75%, 이재용 0.58% 로 고작 4.77% 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를 대주주 일가가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삼성물산이 4.12%, 그리고 삼성생명이 7.32%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삼성전자 주주현황)

구분

지분율

이건희

3.44%

홍라희

0.75%

이재용

0.58%

일가족 소계

4.77%

삼성물산

4.12%

삼성생명

7.32%

삼성화재

1.28%

합계

17.49%

 

아시다시피 삼성물산은 이재용씨가 17.08%의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입니다.

(삼성물산 주주 현황)

구분

지분율

이재용

17.08%

이건희

2.84%

이부진

5.84%

이서현

5.47%

일가족 합계

31.23%

(이재용씨 남매가 삼성물산에 이렇게 많은 지분을 가지게 된 Story는 유명하긴 하지만 매우 재미있고, 기나긴 얘기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단일 주주 중 최대 주주인 삼성생명의 주주 현황을 볼까요?

구분

지분율

이건희

20.76%

이재용

0.06%

삼성물산

19.34%

삼성생명공익재단

2.18%

일가족 합계

42.35%

 

길게 얘기했지만, 그림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삼성일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제일 중요하고, 바로 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제일 중요하다는 이유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실질적으로는 삼성물산이 직접보유한 4%와 삼성생명을 통해 보유중인 7%가 전자의 지배에 핵심이니까요.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냥 깔끔하게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지분을 20% 정도 사면 될텐데 왜 저렇게 복잡하게 할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삼성전자가 너무 비싸요… 비싸도 너무… 어제(2016 6 8) 기준 시가총액이 203조입니다. 그러면 기존 보유 5%를 제외하고도 15%를 매입하는 데 30조가 있어야 해요. 어제 기준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이 23,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이 20조입니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 전부를 팔아봤자. 삼성물산 23X31%=7.1, 삼성생명 20X21%=4.2조 택도 없습니다.

 

따라서 삼성그룹에서 제일 중요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매우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지요. 수많은 기사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두축” 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그러니 삼성물산이 중요하지요. 매우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삼성물산이 작년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바닥모를 추락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오너 일가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지요. 심지어 최근 법원에서조차 작년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1심판결까지 나왔으니…

 

(참고 기사 : http://news.donga.com/3/all/20160601/78428398/1)

 

만약 합병 이후에 주가가 훨훨 날아올라서 주주 모두의 부가 극대화 되었다면, 합병에 반대하던 주주들도 만족했을 텐데, 주가마저 떨어지니, 삼성그룹차원에서는 물산에 어떤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빨대사업인 삼성 SDS의 물류부문을 삼성물산에 붙여서 삼성물산의 주가 부양을 시도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삼성물산의 주가 부양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란 거죠.

 

그렇다면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삼성물산의 주가 부양이 시급하다면, 매우 좋은 빨대사업인 SI와 물류 두개를 모두 삼성물산에 넘기는, 즉 삼성SDS와 삼성물산이 그냥 합병하면 될텐데 왜 굳이 분할하고 상대적으로 영업이익 비중이 작은 물류부문만 물산으로 넘기려는 것일까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1) 앞서 글에서 언급하였지만, 합병존속법인의 기존 주주의 지분율에 희석효과가 발생합니다.

(2) 합병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상호출자가 발생합니다.

 

[그림] 삼성물산과 삼성SDS 전체가 합병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

 

 

(많은 고려사항이 있겠지만, 대략적인 감만 익히기 위하여 2016 68일 기준 주가로 단순 계산하였습니다.)

 

 

(1) 비록 오너일가가 삼성 SDS에도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양 사 합병시 오너일가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은 기존 31%에서 28%로 소폭 하락합니다. (지분 하락, 합병비율의 계산 등과 관련해서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지분율 하락이 오너일가에게 심각한 지배력의 상실인가? 에 대한 것은 오너일가 또는 삼성그룹에서 스스로 느낄 문제이므로 제가 어떻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제 느낌으로는 여전히 25% 이상의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감내할 만한 수준이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2) 사실 제가 생각하는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부분 입니다. 삼성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소속해 있습니다. , 기업집단 내에서 상호출자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참고] 상호출자??

단순하게 말해서, A회사가 B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B회사가 다시 A회사의 지분을 소유하는 것을 상호출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게 뭐가 문제야?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갑씨가 10억원을 출자해서 A기업을 세웠습니다. A기업은 현금10억원을 가진 회사가 되겠지요. A기업이 다시 이 10억원을 출자해서 B기업을 세웁니다. 그러면 A기업은 B기업 주식 10억원을 가진 회사가 됩니다. B기업은 현금 10억원을 가진 회사가 되구요.

 

여기서 B기업이 다시 A기업에 10억원을 출자하게 되면… A기업은 현금 10억원, B기업주식 10억원을 가진 20억원짜리 회사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B기업은 A기업의 주식 10억원을 가진 회사가 되구요.

 

갑씨는 현금 10억원만 썼을 뿐인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A기업은 자산총액이 20억원이 됩니다. B기업 역시 자산 총액이 10억원이 되구요 (연결제거조정을 하면 사라지긴 하지만요) 게다가 여기에는 또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는게, A가 지배하는 자회사 B가 다시 A를 지배하는 이상한 구조가 됩니다.

 

당연하게도 A사의 자본 20억 중 10억원은 뻥튀기 된 숫자이지요. 이는 회사법의 가장 중요한 근간 중 하나인 “자본충실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시킵니다.

 

그래서 상법에서는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주식 취득”을 금지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에서는 아예 계열회사간 주식 상호 보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상호출자가 금지되어 있다보니 C사를 등장시켜서 쿠션맞고 상호 보유하는 것처럼 만드는게 “순환출자”입니다. 이는 나중에 또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요.

 

 

상호출자와 관련한 공정거래법상의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9[상호출자의 금지등]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자기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회사의 합병 또는 영업 전부의 양수

2.     담보권의 실행 또는 대물변제의 수령

  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출자를 한 회사는 당해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한 날부터 6월이내에 이를 처분하여야 한다. 다만, 자기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가 그 주식을 처분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언제나 법 조문을 읽으면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아프네요. 핵심만 적어보겠습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는 주식을 상호보유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합병등을 통해 부득이하게 취득한 경우는 아예 합병을 금지시킬 수는 없으니 취득 자체는 인정하되, 6개월 내에 상호보유주식을 처분해야 합니다.

 

감이 오시죠? 그러면 삼성SDS와 물산이 합병을 하는 경우에는 합병후 상호보유하게 되는 삼성물산의 전자주식 4%또는 전자의 물산주식 8%중 하나를 처분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물산이 전자 주식을 처분할 일은 죽어도 없을 겁니다. 그러면 전자가 보유한 물산지분 8%를 처분해야 하는데, 합병후 물산의 기업가치는 합병전 물산(23) + 합병전 SDS(11) = 34조 정도일 것이므로, 2.7조정도의 가치가 됩니다. 이 지분을 누가 살까요? 오너 일가가 사면 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돈이 없어보입니다. 다른 삼성계열사가 산다면… 여기서 자세하게 다룰 순 없지만, 현재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와 관련해서, “기존 순환출자는 어쩔 수 없지만, 신규로 순환출자 고리는 금지”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삼성계열사 어디가 사더라도 신규순환출자 고리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결국 시장에 매도해야 할 텐데… 그 물량을 다 소화하려면 주가 하락은 불가피합니다. 삼성전자는 해당 주식을 처분해서 현금 2.7조를 손에 쥔다 하더라도 삼성전자 자체의 기업가치에 큰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삼성물산이 삼성SDS를 통째로 합병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하겠습니다.

- 이미 많이들 아시겠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삼성물산입니다.

- 삼성물산의 주가부양을 위해 빨대사업중 하나인 SDS의 물류사업을 삼성물산에 붙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 어차피 삼성물산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삼성 SDS 전체와 합병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와 합병하는 경우, 상호출자 문제로 인하여 현실성이 낮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삼성SDS 분할 및 합병과 관련한 증권사 리포트들의 예상들을 한번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JayD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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